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난 어릴때, 엄마보다 아빠와 더 가깝게 지냈다.

학교에 가끔 와야하는 일에도 엄마보단 아버지가 오셨었다.

아버진 날 다른 자녀(오빠와 남 동생)보다 더 사랑하셨다.

세월이 지나고보니, 더 사랑하신 것이 아니라, 특별히 나에게만 표현을 하시면서 키우셨던 것 같다.

아버지만큼은 내가 하고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을 요구해서 거절 당해 본 기억이 거의 없다.

물론 무리하게 요구했던 적은 없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아버지는 잘 생기셨고, 뭐든 하실 수 있는 분이시며, 근사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세월이 지난 뒤에야 엄마가 알뜰하실 수 밖에 없는 요인이라는 걸 알았지만, 아버진 평생 쓰시면서도 항상 풍성하셨다.)

나의 눈이 좀 밝아 진 후로는 자상하다고 여겼던 아버지는 소심하시고 그래서 노파심도 많으시다는 걸 알게되었다. 아버지가 하고 싶으신 대로 하실 수 있으셨던 건 엄마때문이라는 것도 ...

아버지는 나의 옷, 가방, 신발...이러한 것들을 사주시길 즐겨하셨었고, 그러면서 행복해 하셨었다.

결혼 한 후로도 시댁에 사는 날 살며시 불러내어, 여러가지를 사주시곤 하셨었다.

이제는 그렇게 누리셨던 행복을 나의 딸에게 주신다.

오늘은 집안 일을 해 놓고, 작업실을 가려고 하는데, 정민이와 백화점으로 오라고 아버지 한테 전화가 왔다. 아버지는 정민의 바지, 티셔츠, 모자, 운동화를 사주시며, 즐거워하셨다.

참 세월이 빨리 간다.

나에게 항상 베푸셨던 그 모습이 내 마음엔 여전한데, 어느새 아버지는 나이들어 있었다.

지금은 몸이 많이 편찮으셔서 많은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시지만,

아프시더라도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