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과거에 어느 한 순간을 생각해 보면....

나의 엄마는 ...

나와 거리가 있었다.

피아노 콩클 대회에서 엄마가 전해주는 꽃다발도 낯설었다...(옛날 사진을 보면 나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해 있다. )

엄마와 내가 똑 같이 생기지만 않았어도, 난 엄마가 진짜 엄마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여겨버리고 살았을 것이다.

아빠와 너무나도 가까왔던 것과는 달리 엄마하고는 친근했던 기억이 별로 없다.

목욕을 씻겨 주었던 기억 조차도 낯설다.

토스트를 해 주었던 기억도 낯설다.

각별히 엄마와 친하게 지낸 기억을 찾을 수 없다.

생각해 보면, 베푸신 것도 많았는데, 왜 그리 낯설었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엄마가 점점 측은하고 사랑스럽다.

이해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존경하고 사랑스럽고 사랑스러운 ...엄마다....아직도 아기같은 순진함이 있다.

가난한 아빠에게 시집와서 (물론 엄마의 선택이셨지만) 시동생들, 시누이 시집장가 보내고

평생 시부모님 모셨고, 가난한집 부유하게 만든 분이시다. 자식들을 사랑하시지 않은 것이 아니라,

표현할 수 없는 환경이셨다는 걸 이제야 알 것 같다.

몇일전에 엄마가 김장을 담가 주셨다. 우리 집과 엄마 집 중간즈음에서 만났다.

무거운 김치와 동치미, 그리고 봉투에는 나의 생일을 미리 챙기신 엄마의 마음이 들어 있었다.

택시 타는 곳까지 엄마가 그 무거운 것들을 들어 주셨다.

내가 들겠다고해도 막부가내셨다.

마음이 아팠다. 그냥 아팠다...엄마의 일생을 생각할때, 그랬다.

난 엄마만큼 살고 있지 못하다...

잘 살아야지.....

내 갈 길 잘 가 주는 것이 효도라고 그러셨었다.

아프다..

오늘은 불고기와 당면, 다시 국물, 그리고 엄마가 주신 김치를 넣고 찌개를 끓였다.

맛있었다. 엄마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엄마! 이젠 엄말 이해해... 힘들었다는 것두...

다시 태어난다면 결혼은 안하겠다는말두...

내가 일찍 결혼하려 했을때, 능력있으면 결혼 안해도 된다는 말두...알것 같아...

그러나 우릴 사랑했다는것두...

엄마는 엄마에게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했다는것두...

이젠 엄마 자신에게 투자하고 살았으면 좋겠는데, 나이들어버린 엄마의 모습이 내내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