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발자취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얻는다’는 말을 몸소 실천하며
성장의 과정을 표출한 작품을 통해 마음의 성숙을 이루도록하다

박신숙 화가


미술은 눈에 보이는 현실 세계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 세계까지도 자유자재로 표현하고 우리의 심성을 순화시켜 보다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오늘 같은 시간이 우리에게 다가오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없듯 초여름 아름드리 연둣빛 나뭇잎보다 더 밝게 빛나던 과거의 추억과 기분 좋은 내일을 꿈꾸며 다가오는 미래의 상관관계에서 나무를 통해 성장의 단계를 표출(表出)하고 있는 박신숙 화가. 그의 손끝에서 그려지는 표현 소재들은 우리의 기억 속에 깊숙이 침잠되어 어릴 적 추억을 반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문화에 대한 우리들의 목마름을 달래주는, 맑은 샘물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박 화가. 눈앞의 현실을 넘어 내면의 심층을 바라보는 관념적 시각을 견지하고 산고수청(山高水淸)의 고장을 갈구하는 편안한 안식처로 자리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는 그의 작품세계를 지금 들여다보자.


어릴 적 기억의 잔재를 화면에 담아내다

한 예술가의 환경과 풍토, 자연조건은 그 예술가의 작품 소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의 예술가가 성장해가면서 경험되어지는 외부의 자극은 세월이라는 시간을 통해 작가의 내면세계에 심층 속으로 잠재되어 가는 것이다. 이렇게 잠재된 영상은 과거와 유사한 환경이 주어질 때 불현듯 잠에서 깨어나듯 미의식을 지닌 작품의 모티브로 등장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단순하면서도 제한된 모티브 속에서 나름대로의 무한한 조형언어를 엮어내고 있는 것으로 자연 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스토리를 전개시킨다. 그 중 한사람이 박신숙 화가였다. 그는 지난날의 기억과 추억을 회상하며 자신만의 색이 담긴 작품구상을 통해 우리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어릴 적 동네 어귀에 언제나 있었던 자신에게 각인 된 나무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작품의 소재를 찾기 시작했다는 박 화가. 그는 밤이 되도록 친구들과 놀다 마주하게 된 해가 저문 후의 그 나무는 약간의 두려움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안도감과 위로로 혹은 집으로 향하게 하는 격려로 다가 왔다고 전하며 언덕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앞으로 자신에게 다가 올 설레는 미래를 꿈꾸기도 했다고 한다. 이처럼 본질적인 면과 자신의 기억의 소산을 매치시키면서 현 시대에 맞는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대학교 생활 후 단절되었던 그림을 다시 지속하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갔다. 선적인 요소를 가지고 기초 작업부터 시작해 판화를 배우며 재료와 특성을 손에 익힌 박 화가는 점차 자신의 색을 화면에 담아내기 위해 판화의 기법을 사용한 회화 작품으로 변화를 거듭했다. “저의 작품의 형식과 접근 방법은 선적인 요소를 살리고, 색채를 제한하거나 조절해서, 최대한 드로잉적 조형요소를 부각함과 동시에 선과 색채조절을 통한 화면의 조화를 나타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는 색채를 단순화 하거나 무채색 혹은 절제된 색을 조절하여 사용함으로 선적인 요소를 살리고, 선과 색의 조화를 화면 안에 나타내려고 하는 것이죠.”


기억 속에 각인 된 추억과 삶을 지탱하게 해 주는 내일의 꿈

박 화가의 작품은 나무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그는 나무자체를 묘사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나무는 어떠한 뜻을 내포한 것일까. “나무자체의 묘사라기보다는 나무라는 소재를 통해 보이지 않지만 실존하는 삶의 과정들을 표현 하고자 한 것입니다.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지탱하면서 성장하듯이 우리들 또한 나이에 맞는 성장통을 겪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를 표현하고자 한 것이죠.” 즉 박 화가는 추억과 희망을 뿜어내는 꿈을 표현하는 극히 개인적인 작업을 하고 있었지만 누구에게나 소중한 혹은 아픈 추억일지라도 세월이 지나 미화된 추억과 그 안에서 꿈꾸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공유하고자 하고 있었다. 그의 서정적인 작품은 함축적인 시적 언어로 재해석하게 하는 명상을 통해 자신의 꿈을 재발견하기에 충분했다.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일상의 풍경을 그리며 회색빛 배경에 나무가 주로 있는 박 화가의 작품은 섬세하고 짧은 선들의 터치로 내면의 에너지가 담겨 풍부하고 생기 있는 화면을 나타냈다. 두터운 물성이 숨어 있는 회색 모노톤배경에 깊게 판 선들과 그 선위를 덧입히기를 반복되어 작품은 회색도시라는 은유와 그 안에서 숨 쉬는 자연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었던 것이다.

무수한 사람들 얼굴이 비슷하면서도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듯 보는 이들의 의식, 감정에 따라 동일 조건 속에서도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표현되어지는 것이 다를 지라도 감동과 소통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그려내고 있는 박신숙 화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더 치열한 작품으로 보는 이들에게 진실한 마음과 추억, 정취, 그리고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도록 내실을 다지고 있는 그의 미래는 밝기만 했다. 새로운 세계가 형성되고 창조라는 문화가 발산하여 빛을 발휘하듯 박 화가의 마음이 담긴 그림은 시대가 지나도 늘 환한 빛을 발휘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앞으로의 창작활동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경험을 체험하게 되리라 확신한다.


위클리피플 vol.739 20110601 seoul 방미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