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숙의 판화

이질적인 것들을 봉합하고 치유하는 성장

고충환(Kho, Chung-Hwan 미술평론)


박신숙의 판화는 거의 모든 종류의 판종(版種)에 두루 걸쳐져 있으며,
그 가운데서도 특히 동판화, 모노타입, 그리고 디지털프린트가 중심을 이룬다. 동판화는 전작에서 근작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제작되고 있는 편이며, 모노타입과 디지털프린트는 근작에서 그 예를 볼 수 있다. 전통적인 판법이 작업의 중심을 이루는 가운데, 근작에서는 그 판법들을 응용하는 것과 함께, 컴퓨터와 같은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단계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작가의 판화는 어느 판종 할 것 없이 판화 고유의 정치한 묘사보다는 회화적인 효과가 두드러져 보인다. 이는 작가가 판화를 회화의 표현 영역을 증대시키는 효과적인 한 방편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즉, 판화의 장르적 특수성에 천착하기보다는 판화와 회화간의 상호 호환성 혹은 상관성에 관심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의식적이기보다는 다분히 체질적인 문제로 보이며, 그럼으로써 작가의 일련의 판화에 대해서는 회화적인 판화로 칭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판화에서 확인되는 회화성은 단일의 판종이나 판법 대신에 여러 판종이나 판법을 혼용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더러는 외관상 이질적인 것들이 중첩되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를테면 동판화에서 가늘고 날카로운 점과 선을 얻기 위해서 드라이포인트 기법이 사용되고 있으며, 그리고 깊이 있고 자연스런 화면을 얻기 위해서는 에칭 기법이 도입된다. 여기에다 부드러운 톤의 화면과 음영이 살아 있는 붓질효과를 위해서는 아쿼틴트 기법이 부가된다. 이 모든 판법들이 하나의 화면 안에 중첩되고 있으며, 이는 점과 선, 드로잉, 음영, 그리고 비정형의 얼룩들이 서로 어우러져 회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판화가 원래 회화에 비해 기술적인 제약이 많은 편임을 감안할 때, 작가의 판화에서는 상대적으로 이런 기술적인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우연성과 즉흥성이 발견되는 편이고, 그만큼 생동적인 느낌을 준다.
동판화로 제작된 일련의 판화들에서 작가는 사물들을 묘사하고 재현하기보다는 화면 자체의 내재적인 논리에 충실한 편이다. 그만큼 감각적이고 체질적인(몸적인) 접근이 느껴진다. 순수한 드로잉 외에 이따금 병이나 화분 그리고 유리잔 같은 일상으로부터 차용해온 사물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이때조차 그 사물들은 화면 속에서 드로잉이나 얼룩 등의 추상적인 부분들로 해체돼 있어서 화면의 논리에 종속된 형태로 나타난다. 다시 말해서, 사물들이 회화적 프로세스를 위해 화면 속에 불러들여진 최소한의 구실에 지나지 않으며, 그 자체 궁극적인 것이 아니다. 여기에다 흑백의 모노톤의 화면이 회화적 논리의 추상성을 더한다.
화면에서 이런 회화적 논리는 직선과 곡선, 유기적인 형태와 기하학적인 형태, 가늘고 날카로운 선과 부드러운 붓질, 여백과 형태가 서로 대립하고 충돌하고 조화를 이루는 일종의 역학관계로 나타난다. 화면은 이질적인 요소들이 서로 만나는 일종의 관계의 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대로 이성과 감성, 의식과 무의식과 같은 인간이 내재한 양면성을 인정함으로써 치우침 없는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한편, 이질적이고 대립적인 요소들의 합일을 통해서 진정한 성장에 이른다는 작가의 주제의식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여러 이질적인 회화적 요소들이 상충하는 역학의 장 혹은 관계의 장으로 탈바꿈된 화면은 다름 아닌 인간의 본성이랄 수 있는 양면성 혹은 다중성이 내재한 역동적 현실에 대한 메타포의 한 형식으로서 제시된 것이다.

박신숙의 작업에서는 순수 회화적인 욕구가 지배적이긴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일말의 재현적인 욕구가 느껴지기도 한다. 끈으로 동여매진 병, 화분에 심겨진 잡초, 지평선을 배경으로 하여 물풀이 웃자란 습지, 해변가에 그물을 치기 위해 쳐놓은 목책(木柵), 들판을 배경으로 서 있는 나무 등의 구체적인 현실이 일부 작품에서 확인된다. 이들 중에 끈으로 동여매진 병은 억압적인 현실을 상기시키며, 한눈에도 그 생장이 빈약해 보이는 화분에 심겨진 잡초에서는 일상에 대한 작가의 감정이 담겨져 있다. 여기서는 추상성이 강한 회화적 화면과 함께 일종의 서사 즉 내레이션의 도입 가능성이 느껴진다. 그리고 추상적인 화면과 내면화된 풍경이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일상에 대한 이러한 재현 의지는 근작의 모노타입에서 더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일련의 모노타입에 등장하는 소재들을 보면, 화병, 시계, 유리잔, 넥타이, 털모자와 털장갑 등 한눈에도 그 실체를 알아차릴 수 있는 것들이다. 더욱이 컬러의 도입은 사물들에게 그 실체성을 더해준다. 참고로, 모노타입은 흔히 여러 판법을 혼용한 다중판화 혹은 다중매체판화와 함께 판화의 기본 개념이 확대 적용된 경우로 볼 수 있다. 의식적으로 에디션의 개념을 적용하지 않는 모노타입은 여러 면에서 기술적인 제약이 줄어드는 탓에 여타의 판화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다양하고 풍부한 회화적 표현이 가능하다. 이를테면 박신숙의 작품에서 보듯이 수채화나 담채화를 연상시키는 얼룩효과나 번짐 효과, 그리고 회화적 마티에르를 떠올리게 하는 물성(物性) 등의. 회화와 마찬가지로 일품성을 중시하는 모노타입은 순수창작판화의 실험정신을 대변하는 한 형식으로 간주되는 한편, 판화와 회화가 만나는 소위 회화적 판화의 가능성을 극대화한 경우로 사료된다.
그리고 근작에서 작가는 일종의 합성된 이미지에 기초한 디지털프린트 작업을 한다. 예컨대 차안에서 포착한 풍경을 소재로 한 작업을 보면, 차창 밖으로 보이는 원래의 거리 풍경을 지우고 이를 다른 풍경으로 대체하는 식이다. 그러니까 두 개의 서로 다른 이미지를 편집하는 것이다. 이때 사진 이미지와 또 다른 사진 이미지를, 혹은 사진 이미지와 목판이나 메조틴트 등 전통적인 판법에 의해 제작된 이미지를 컴퓨터 안에서 조합하여 출력하게 된다. 이외에도 작가는 디지털프린트의 형식을 통해서 다양한 형태로 조합되고 편집된 이미지를 제작한다. 주로 숲과 건축물이 어우러진 풍경을 소재로 하고 있으며, 이때 이미지의 원래 명암을 조작하는가 하면, 네거티브와 포지티브 이미지를 조합하는 식이다. 그 일련의 풍경들에서는 기계적인 느낌과 함께 본래의 실체가 변질되는 것에서 오는 비현실적인 느낌, 그리고 심지어는 일말의 서정적인 느낌마저 든다.
디지털프린트에 나타난 조합되고 편집된 이미지는 그 자체 독자적인 둘 이상의 이미지들이 하나로 중첩되는 과정을 통해 생겨난 일종의 이차적인 이미지로서, 동시대에 이미지가 존재할 수 있는 위상과 관련한 중요한 논점을 시사하고 있다. 조합되고 편집된 이미지는 이미지의 탈맥락화 또는 재맥락화와 관련한 이미지의 정치학에 접맥돼 있으며, 창작주체로서보다는 편집주체로서의 예술가의 정체성과 관련한 이미지의 소비학에 접속돼 있다. 즉, 예술가는 이미지를 생산하는 주체이기도 하지만, 이미지를 소비하는 주체이기도 한 것이다. 그는 일상에 널려 있는 이미지들을 컴퓨터 안에 불러들여 조합하고, 편집하고, 탈맥락화하고, 재맥락화하는 과정을 통해서 이질적이면서도 친근한 제 삼의 이미지를 출력(잉태)하는 것이다.
이렇듯 박신숙의 작업은 특정의 판법이나 판종에 작품을 고정시키는 식의 장르 내적인 특수성에 천착하기보다는, 여러 이질적인 판법과 판종을 혼용하며 장르적 특수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에 진력해 왔다. 이는 여러 판법이 혼용된 동판화, 에디션 개념에 구속받지 않는 모노타입, 그리고 미디어를 적극 활용한 디지털프린트로 나타나며, 이 모든 판화들에서는 회화적인 일회성과 직접성이 느껴진다. 작가는 특히 모노타입과 디지털프린트에서 기존 판화의 표현 영역을 증대시키고 있으며, 전통적인 판법과 첨단의 미디어가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이런 이질적인 판법과 판종을 혼용하는 과정으로부터 작가는 일상을 지배하는 온갖 이분법적인 것들을 봉합하고 치유하는 삶의 실천 논리를 행하고 있는 것이다.

 

 

The Print by Sin-sook Park


The growth of suturing and curing different things


Kho, Chung-Hwan, Art Critic


The prints by Sin-sook Park cover almost all the kinds of types of prints, particularly, mainly print, mono type, and digital print. Bronze prints have been continuously manufactured from previous works to latest ones, with mono type and digital print mainly for latest works. Traditional methods of prints are mainly used for the works, with the application of such method and the use of the media such as computer for the latest works. Regardless of the type, her print-works have pictorial effects rather than the indigenous delicate description of print. It shows that artist understands that print is an effective way of expanding the area of expression for the pictures. In other words, she focuses on the compatibility or correlations between prints and pictures rather than emphasizing on the special features of genre of print. It seems not as the conscious matter but physical one and her series of works can be named as pictorial prints.
Pictorial features shown at her prints show the combined use between several prints types or methods instead of a single type or method, with the superposition of different things in appearance. For example, dry-point is used for thin and sharp points and line in bronze prints, with etching for deep and natural expression. Here, aquatint is added for the brushing with soft tone of expression with shadows. All these methods are superposed in a screen, emphasizing on the pictorial features with the harmonization between lines, points, drawings, shadows and atypical spots. Considering that prints have more technical limitation than pictures, contingency and impromptu relatively free from such technical limitations are detected from he! r prints with the vividness.
Artist is faithful to the internal logics of the screen rather than describes and reproduces objects for her bronze prints, to feel like sensual physical approach. Objects seen from daily life such as bottle, flowerpot and glasses emerge in addition to the pure drawings, but even this time, the objects are disassembled into abstract parts such as drawings or spots in the screen, appear to be subordinate to the logic of screen. In other words, objects are just the minimum excuse to be used at the screen for the pictorial process, not the ultimate one. Here, black & white mono tone of screen adds the abstractness of pictorial logics.
Such a pictorial logic in a screen is a kind of dynamic relations with the comparison, collision and harmonization between straight line & curved line, with organic form & geometric form, thin and sharp line & soft brushing and space & form. The screen is a kind of place with the encounter between different factors. It has something to do with artist's subject of reaching the true growth through the union between different and opposing factors, while maintaining balanced sense by admitting human's internal both-sided features such as ration and emotion or consciousness and unconsciousness. With the transformation as the place of dynamics with several different pictorial factors opposing or that of relations, the screen is suggested as a form of metaphor against the dynamic reality with both-sided or multi-sided features, the human nature.


For the works by Sin-sook Park, pure pictorial desires are dominant, but there is a bit of desire for reproducing. Concrete reality such as bottle bound with strings, weeds planted at flowerpot, swampy land with water grass under horizon, wooden fence to cast a net on the beach, and trees under field, are seen at a part of works. Among these, bottle bound with strings reminds us of restricted reality with poor-grown weeds in flowerpot showing artist's emotion on the daily things. Here, we can feel the possibility of the introduction of narration, which is a kind of description together with pictorial screen with the strong abstractness. Also, it is suggesting the possibility for the encounter between abstract screen and internal scenery.
Such a will to reproduce the daily thing is concretely shown at a series of mono type of latest works with vase, clock, necktie, woolen cap and gloves, which are materials clearly seen what it is, even at one sight. In addition, the introduction of colors adds the substantiality to the objects. For references, mono type can often be seen as the case of the expansive application of the basic concept of print together with multiplex prints or multi-media prints with the combined use of several prints methods. Since mono type without the concept of edition has less technical limitation in several terms, it is possible to make various and abundant pictorial expression, difficult to experience at other prints. For example, you can see works by sin-sook Park, such as spots-effects and spreading effects reminding watercolor painting or light-color painting, property of matter reminding of pictorial matiere. Mono type putting the priority on the artistic excellence like paintings, is regarded as a form of speaking for the spirit of experiment and the case of maximization of the possibility of so-called pictorial prints with the encounter between prints and pictures.
And, artist made digital-print works based on a kind of composed image at the latest works. For example, in the case of work with scenery seen in a car as material, the original street scene from a car is removed, to be replaced by another one. That means the edition of two different images. At this time, photo image and another photo image or photo image and image created by the traditional method such as wooden board and mezotint are composed in computer and output. Besides, artist composes a various forms of images through digital print and manufactures edited image. Sceneries with the harmonization between forests and buildings are mainly used for the material, and at this time, the original light and darkness of the image are ! fabricated, with the combination between negative and positive things. Such a serial sceneries feel mechanical, non-realistic with the original substantiality transformed and even a bit lyrical.
Composed and edited images at digital prints are a kind of the second images created through the process of the reiteration between over 2 independent images, suggesting the important point related to status with image existing at the same age. Composed and edited images are combined to the delicacy of images related or re-context and transcend context of image, with the consumption of image related to the identity of artists not as creator but as editor. That means that artist is not only image-creator but also image-consumer. Artist composes images from daily life, edits, make the transcend-context, and re-context, to output the third image, which are different and familar as well.
As you can see here, her works did not stick to genre's internal features of fixing the work to a particular print method or print type, but strived for creating works not limited to the genre's internal features, with the combine use between several different print methods and print types. It is shown through bronze print with several print methods combined, mono type free from the concept of edition, and digital print with the active use of media, and all the prints show pictorial disposability and directness. Artist expanded the area of expression of the existing prints especially at mono type and digital print, opening the possibility for the encounter between traditional print method and advanced media. From the process of combined use between such different print methods and print types, artist is carrying out the logic of life to suture and cure all the dichotomy-like things dominating the daily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