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가족들이 다 학교로, 회사로 나갔다.

베란다로 뒷모습들을 바라보았다.

항상 가던 길로 가지 않았는지, 가족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예전엔 비가오면, 따뜻한 온돌 바닥에 배깔고 누워, 책을 보곤 했었다.

요즘은 데미안을 다시읽고 있다.

고등학교, 대학, 그 이후에도... 한 다섯번 정도 읽었다.

읽을때마다 주인공 싱클레어(헤르만 헤세)의 생각과 많이 동일시 되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감탄하곤 한다.

목표와 꿈은 조정되고 바뀌기도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발견해 가는 과정일게다.

난 항상 주어진 과정에 비교적 충실하게 살아왔다.

항상 의문을 가지며 가는 것은 이것이 내가 정말로 원하는 삶인가?

가장 나 다운 삶인가이다.

그것이 그림이어야 한다든지?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든지,

그것은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어제는 미친듯이 7시간을 꼬박 작업에 메달렸다.

난 비가 오면 몸도 마음도 힘들어진다.

그런 내자신의 모습 속에 우울해져 있는 것이 싫어,

더 몰두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림 그리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아니 갈 곳이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되고 행복하다.

작업실에 가서 오늘은 3시간정도 작업하고 와야지...